"어머 이건 너무 클리셰잖아!"
클리셰. 영화,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 말이다.
(종종 뜻을 모르고 사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오늘은 클리셰가 무슨 뜻이고, 왜 클리셰가 사람들에게 여전히 효과적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1. 클리셰의 뜻
클리셰(cliché)는 원래 인쇄 연판(鉛版)을 뜻하는 프랑스어 단어였다.
연판이란 활자가 닳는 것을 막고 인쇄 능률을 높이기 위해 활자를 배열한 원판에 대고 '지형'을 만든 다음에 납, 알루미늄 등을 녹이고 부어서 만든 인쇄판이다. 매번 인쇄할 때마다 활자를 넣고 찍으면 불편하기 때문에 자주 쓰거나 많이 인쇄하는 것은 연판을 만들었다.
한 번 만들어진 연판은 수천 장 인쇄할 수 있고, 연판이 마모되면 '지형'을 이용해서 다시 만들 수 있다. 사진에서 보이는 연판도 있고, 자주 쓰이는 단어를 위해 만들어놓은 연판도 있다. 어쨌든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활판인쇄기술이다.
클리셰는 이미 만들어진 연판처럼 '진부한 표현', '대체로 일관되게 나타나는 공통적인 경향'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우리 말로는 '틀에 박힌 표현'이라는 관용구와 어원이 비슷하다(출처 : 나무위키).
영어로는 '연판'이 streotype(스테레오타입:고정된 활자)인데, 이 단어 역시 '연판'보다는 '고정관념'이라는 뜻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클리셰를 진부하고 상투적인 것. 고정관념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드라마 같은 영상물에서 클리셰는 무엇인가.
진부한 장면, 상투적인 줄거리, 전형적인 카메라 워킹 등 무엇이든지 간에 자주 봤고, 뻔하다 싶으면 클리셰인 것이다!
예를 들면, 로봇만화에서는 주인공들이 합체할 때 적이 절대 공격하지 않는 클리셰가 있다.
전쟁영화에서는 전쟁터에서 가족사진 보여주거나, 가족얘기하는 사람이 먼저 죽는 클리셰가 있....
미리 만들어져 있는 제품처럼 맛은 있지만, 늘 같은 맛이라 (때때로) 지겨운 것.
그것이 바로 클리셰다.
▶클리셰가 만들어지는 과정
누군가가 영화에서 처음 시도한 방법이 있었고, 그게 관객들에게 평이 좋았다면 칭찬을 많이 듣게 될 것이다.
그럼 다른 누군가가 이걸 '모티브로 차용했다'며(=베꼈다며?!) 같은 방법을 사용할 것이다.
또 다른 누군가가, 여러 명이 유행처럼 사용하고- 시간이 지나면 이게 하나의 공식으로 굳어진다.
클리셰가 만들어진 것이다.
▶클리셰의 종류는 다음과 같이 다양하다.
캐릭터, 배경, 줄거리, 상황, 대사, 사운드, 연출, 설정, 장르...
어떤 영역에서든 클리셰는 존재할 수 있으며 작가나 감독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클리셰는 언제나 작품과 함께 한다. (특히 장르 영화가 그렇다.)
다만 문제는 그 클리셰의 사용이 '적절하고 자연스러운가 그렇지 않은가'이다.
2. 왜 클리셰는 먹히며, 왜 파괴되는가
클리셰가 진부한 건 누구나 안다. 그런데 왜 계속 쓰는가? 왜 알면서도 계속 보는가?
친숙하니까 안심이 되고, 어쨌든 어느 정도의 재미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영화의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신선하고 새로운 시도보다는 기존의 것들을 답습하는 걸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 리스크가 적으니까. "클리셰가 괜히 클리셰가 아니야~ 먹히기 때문이라구!"
그래서 클리셰는 뭐랄까... 애증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재미있는 놀이감이다.
작가(감독) 입장에서는 클리셰를 충실하게 따라갈 것인지, 클리셰를 파괴하고 신선함을 선물해줄 것인지 즐거운 고민을 하게 된다. 독자(관객) 입장에서도 지금 내가 읽고 보는 작품이 전형적인 그 무엇인가를 따라갈 것인지, 아니면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움을 맛보게 해줄 것인지 기대하게 만든다.
그래서 클리셰는 우리에게 '진부함'과 '진부하지 않음'을 선물해줄 수 있는 좋은 장난감이 된다.
같은 클리셰여도 사람마다 반응하는 게 달라서 그들의 반응을 보는 것 또한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다음은 다음 클리셰들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가. 당신의 반응을 한 번 살펴보라.
(대표적인 클리셰가 뭐가 있더라... 아무래도 대사 클리셰가 주로 기억에 남긴 하는데.... 기억을 더듬어 보자.)
- 신데렐라 스토리 : '날 이렇게 대한 건 네가 처음이야' 이러며 대기업 사장님이 별볼일 없는 여주에게 반해버리기.
- '해치웠나?' or '해치웠다' : 만화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 이런 말을 하면 꼭 상대편이 웃으면서 살아 있더라고. '겨우 이 정도인가' 여유있는 대사를 치면서.
- 아임 유어 파더 : 스타워즈는 광선무기 클리셰도 있지만, 빌런이 알고봤더니 주인공의 가족 혹은 같은 편이었다는 클리셰로도 유명하다.
- 요즘에 유행하는 이세계물/회귀물도 클리셰라고 할 수 있겠다. 처음 등장할 때는 신선했지만- 지금은 지겹다 못해 역겹다.
- 여러 다양한 사망 플래그 : "이번 전쟁이 끝나면 결혼하자!"(너 죽음), "꼭 돌아올게. 기다려"(기다리지 마. 나 죽어),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먼저 가"(미안... 너 죽어), '아니? 이럴 수가! 어서 주인공에게 알려야 해!'(라고 생각하자 마자 바로 발견돼서 죽음)
- 액션영화에서 주인공은 절대 총에 맞지 않거나 죽지 않음
- 만화에서 주인공이 기술을 쓸 때 꼭 입 밖으로 자기 기술 이름 외치는 것 : 창피하지도 않나? 아니, 그거 말하다가 기술 실패할텐데...?!?
반대로 '클리셰 파괴'의 경우도 있다. (그런데 재밌는 건 클리셰 파괴도 결국 또 하나의 클리셰가 될 때가 많다.)
- 극한직업 : 영화 곳곳에서 경찰영화의 클리셰를 제대로 파괴해버린다. (하나만 이야기하자면, 동료경찰들이 다 너무 착해ㅠㅠ)
- 슈렉 : 못생긴 주인공과 못생긴 공주를 결혼시켜서 외모지상주의(?)의 동화를 통쾌하게 비틀어버렸다.
- 데스노트 / 더 복서(웹툰) : 주인공이 빌런이다.
- 엑시트 : 재난 영화인데 신파가... 없어! 대박
마지막으로- 작품을 감상할 때, 우리는 "에잉 저건 너무 진부한 클리셰네~~"라고 쉽게 말하지만,
작품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꽤나 어렵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자.
모든 것이 결국 클리셰로 수렴되는 현실 속에서 재미를 위해 발버둥치는 그들이 계속해서 익숙하며 신선한 재미와 감동을 우리에게 전해주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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